넷플릭스 [인간수업] 정주행 후기/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을 보았습니다. 재밌어요. 추천추천!

 

 


"어른들만 볼 수 있는 갑툭튀 청소년 드라마"


일단, 스크린샷 내용은 드라마 시간 순서와 상관없어요! 걍 랜덤. 보다보니까 캐릭터들에 정도 붙고 그래서 캡쳐가 많아졌어요. 문제 시 삭제합니다. 덧글 남겨주세요. **청불 드라마 특성상 자막에 과격한 표현이 있어요!

넷플릭스를 거의 매일 보는데요. 이 드라마가 어느 순간 한국 인기 컨텐츠 탑 10에서 1위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예고편을 보고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슬금슬금 한 두편 보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마지막편이더라는.


 

 

'꿈은 비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지수입니다. 최근 전 세계 하이틴 드라마의 경향이랄까요. 남자 주인공은 일단 찌질한 것이에요.. 우리의 지수 역시 그렇습니다. 존재감 제로. 하지만 성적은 탑급. 그냥 조용히 공부만 하니까요. 아싸 중의 아싸. 공기 중의 공기.... 

 

 

하지만 여자 아이들은 달라요. 자기 주장도 강하고, 제대로 생각도 하고, 세상사에 밝아요. 규리 역시 그런 아이입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엄친딸에 학교 최고 핵인싸. 드라마에서는 거의 뭐, 일진도 안건드리는 언터쳐블로 묘사됩니다. 이런 아이가.. 있을까요? 때때로 고구마스럽게 굴기도 하고, 역시 별 수 없는 아이와 어른의 중간이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요.

 

 

저는요.. 찌질한 남캐랑 시원한 성격의 여캐. 이 조합에 정신 못차리는 편... ㅎㅎㅎㅎㅎ 이 둘이 한 화면에 있을 때가 참 좋더라고요. 마치 둘은 서로에게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다른 세계에 사는 이종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궁금하고, 재미있습니다. 학생 수가 딱 둘 밖에 없는 사회문제 연구반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됩니다.

 

 

지수는 끔찍한 가난에 시달리는 학생이에요. 부모가 집을 나가 사실상 고아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책임져야하는 식구는 없지만, 성인이 아닌 청소년이 스스로 생활을 해나가기에 부모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가혹하죠.

 

 

지수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품행 단정한 모범생 지수는 방과 후, 전혀 다른 생활을 합니다. 포주예요. 조건 만남을 주선하고 승인하고 손님 리스트를 관리하며, 일하는 여자 아이들을 지켜주기도(...)합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반전이지만,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1화부터 등장하는 내용이거든요.

(저는 처음엔 넷플릭스 예고편만 보고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초능력 드라마인가 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초능력 드라마인가?하는 오해 때문에 시청을 미뤘던 것도 있거든요. 근데 초능력 안나와요..!)

 

 

여튼 학교 안에서는 모범생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범죄자인 지수가 이렇게 불법적인 일로 돈을 모으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년이면 고3이고 '수능 준비'를 해야하니까 ... 사실 어떻게 보면 좀 짠하죠. 우리는 시작부터 범죄자에게 동정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범죄자인 드라마는 많습니다. 브레이킹 배드라던가. 어쨌거나 그런 종류의 드라마들은 좀.. 뭐랄까 작품 자체의 성과와 별개로 제작진 입장에서는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시청자들이 점점 더 범죄자에게 애정을 갖게 되지만, 도덕성 측면에서 주인공이 승리하도록 놔두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범죄를 미화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이 드라마에는 그 밖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더 있습니다. 같은 학교의 아이들이요. 연기가 다들 좋기도 하지만, 뭐랄까 청소년들의 현실 찐말투..랄까. 그 태도. 물론 이 부분에서 진입 장벽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 사이의 공기 묘사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습니다. 다만 속도감이 아주 좋았어요. 느리다가 빨라졌다가.. 하이틴 범죄 드라마가 대체로 그렇듯.. 이야기는 진행될 수록 점입가경이에요. 대환장 파티로구나아~~

아참. 주조연들 연기의 합도 좋고 불필요한 캐릭터도 없어서 좋아요. 알아보니 작가가 ‘모래시계’ 쓴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더라고요. 최소 미드 좀 보신 분.

 

 

한국 드라마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제 눈에는 거의다 신인 연기자들 처럼 보였는데요..(틀니 뺏기 금지...)

신인 아닌가요? 어쨌든 이 정도 배역을 따기 위해선 아주 신인은 아니고 어디선가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긴 하겠어요. 연기가 좋은,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서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아이들은 저마다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됩니다.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된 것일까요. 아이들을 이 자리에 놓아둔 힘은 무엇일까요. 이 모든 것이 정말 아이들의 의지일까요.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잘난 아이였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두려운 게 없었던 규리도 실제하는 위협 앞에서는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건 성인이라도 마찬가지겠죠. 이 드라마에서 아이들의 성장은 우리가 텔레비젼 드라마로 보아왔던 것과는 다릅니다. 인간수업의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것은 희망과 꿈보다는 차라리 직면하는 현실입니다. 정해놓은 길을 가지 않았을 때, 혹은 그럴 수 없을 때 그들이 놓이기 쉬운 현실.

 

 

이 드라마는 때로는 고구마스러운 전개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 아이들과 비슷한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정도까지는 물론 아니었지만, 우리도 간혹 작은 일탈에 흥분했던 시절이 있잖아요. 우리만 이해할 수 있었던 언어와 농담들.

1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 거기에 더 해 입시학원. 제 경우에는 입시 미술 준비까지. 어쩜 그렇게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살았을 수 있었을까요. 이 드라마는 그 길에서 삐그덕 거리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여주고 그럴 때에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관망하게 만들어요. 누구의 편을 들 수 있을까요. 흥분되다가도 슬퍼지고, 가끔은 미소도 짓게하고요. (이러면 안되는 데.. 하면서 응원도 하게 만들고요)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일등 공신, 이 아이들에게는 묘한 연대 의식이 있습니다. 서로가 반목하고 갈등한다고 하더라도 또래라는 것이 주는 묘한 연대요. 아무리 치고박고 싸워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른들의 그것과는 달라요. 어른들을 이용하기는 해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어른들에게 '의지'하지는 않아요. 이들의 세계에서, 그곳엔 답이 없거든요. 민희가 의지했던 이 실장님 정도가 예외적인 어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은 미숙하고, 위태로운 상황들은 그들을 웃자라게 만듭니다. 너무 많이 자라나서 오히려 연약한 상태로요. 그렇다면 정말 정답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것 뿐일까요. 다른 무엇도 아닌 '평범'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수의 여정은 왜 이렇게 험난하기만 한 걸까요.. 평범하기가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여러분.

 

 

(인간수업에는 메타포도 많이 등장해요. 대표적으로는 이 소라게(1,000벨).)


주절주절 감상을 적기는 했는데, 여기 적은 것보다 실제 드라마가 훨씬 흥미진진합니다. 스포일러를 안하려다보니까 겉핧기 식으로 소개한 것 같지만, 결말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자면.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조금 나뉘는 느낌이 있어요. 모든 것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그것이 나쁘지 않았어요. 위에도 썼지만, 주인공들이 범죄자일 때 해피엔딩이 누구를 향한다고 해도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잖아요. 저는 10화를 보며 작감의 그러한 고충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고구마스러운 이야기 진행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드라마에 편안함을 느끼는 편인데. 간만에 진한 여운의 드라마를 보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체로 표현이 몹시 직접이기도 하고 욕설도 많아서 애초에 이렇게 어두운 소재에 내성이 있는 분들이 아니고서야, 제 주변에 보시는 분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하지만 간만에 몰입해서 정주행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기록도 해둘 겸 해서 후기를 남겨 봅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요. 스샷도 엄청 많이 쪗네요 ㅎ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킹덤'보다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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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읽으신 분들 모두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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