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보았습니다.


먼저 말하자면, 저는 이 드라마는 완주하지 못했어요. 저는 음 정확히 16화까지 봤습니다. 이 정도로 주행했으면 끝까지도 가는 건데요. 그냥 선뜻 다시 생각나거나 보고 싶어지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멈춰버렸죠. 얼마 전 종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결말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배우 고소영의 10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입니다!! 저는 고소영씨가 연기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헉. 스스로도 진짜인가 싶어서 고소영씨 필모를 뒤져봤는데 정말 한 작품도 본 적이 없네요. 하지만 제게는 왜 고소영씨가 톱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던 것일까요... 게다가 이렇다할 흥행작도 떠오르질 않네요..


줄거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주인공 심재복은 고소영이 연기합니다. 재복은 드세고 억척스러운 주부예요. 드라마 설정상 법대를 나온 것 같더라구요. 아닌가. 그래서 법률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재복의 남편 구정희 역으로는 배우 윤상현이 출연합니다. 정말 윤상현스러운 역할이에요. 이런 표현 배우님에게 미안하지만, 그의 연기가 역할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정말 핵발암 캐릭터인데. 역시 프로 ㅋㅋ 구정희는 현실 감각이 별로 없는 무능력한 남편이에요. 심지어 바람까지 피웁니다.

재복과 정희 부부는 2주 안에 새 집을 구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집이 바로 역대급 캐릭터인 이은희가 사는 집입니다. 이은희 역할은 조여정이 맡았습니다. 이 은희라는 캐릭터는 재벌집 사모님이고요.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금방 거짓이라는 게 들통나지만 어쨌든 돈이 엄청 많은 여자입니다. 재복이 집을 보러오자 자기 집에서 거의 살아달라시피 하면서 매달립니다.

그리고 이은희와 얽히면서 재복과 정희 부부의 삶은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갑니다. 알고보니 이는 모두 남편 구정희를 차지하기 위한 은희의 계획이었죠. 구정희는 대학시절 밴드 활동을 했었고,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런 그가 재복과 결혼하면서 직장을 얻고, 현실과 타협을 한 것이죠. 처음 연애할 때의 설레임은 더 이상 없고 재복과 정희 부부 역시 현실에 허덕이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남편 정희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알고, 재복은 이혼을 결심합니다. 실제로 이혼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재복은 은희의 음모를 눈치채고 여차저차 알게된 강봉구와 사건을 파헤치게 됩니다. 강봉구 역시 주연급 캐릭터인데, 허세 넘치는 변호사 역할로 배우 성준이 연기합니다.



고소영이 복귀작으로 선택할만한 각본이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왜 이 작품을 골랐는지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김하늘이 맡았던 최수아 같은 캐릭터를 맡았으면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ㅎ 그냥 제 망상이에요. 아무튼 그동안 도도하고, 접근하기 힘든 탑 여배우로 각인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서 이 심재복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근데 이런 전략은 이미 배우 김남주가 시도했었고 성공했었죠. 어쨌거나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통해 얻은 것은, 고소영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잘 해냈습니다. 앞으로도 연기력이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요. 하긴 요즘엔 연기 못하는 배우 찾기가 더 힘들긴 합니다만.



사실 제가 ㅋㅋㅋ 이 드라마에서 새롭게 발견한 배우는 바로 조여정이에요..ㅋ 

'세상 아무렇지도 않게 우아한 삶을 살아가는 실제로는 제 정신이 아닌 역할'을 맡은 셈인데요. 연기를 소름끼치게 합니다. 사실 내용이 말도 안되는 부분이 많은데 조여정 연기 보려고 부여잡고 있었어요. 이런 캐릭터 자체가 현실에 있다고 상상하기 쉽지 않죠. 드라마에서는 자연스럽지만요. 한국 시청자들이 누굽니까. 김순옥, 임성한이 키운 시청자들인데요ㅋㅋㅋ 이 정도 캐릭터쯤이야. 이해하고도 남는 관대함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ㅋㅋ 어쨌거나 조배우님은 이상하게 새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미모 갱신을 하는 것 같아요. 넘 예쁨.



그리고 또 하나의 볼만한 이유는 배우 성준입니다. 냉미남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허세 넘치면서도 동시에 호구스럽고 장난끼도 많고 정이 넘치는 강뽕. 강변호사님입니다. 이런 역할을 이렇게 잘 소화하는 배우인줄 몰랐어요. 캐릭터와 배우가 잘 만난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위에 이미 윤상현도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네요 제가. 그렇다면 배우들은 문제가 없는 드라마네요. 오히려 열일해준 배우들입니다. 


시청 중단 이유?


시청 중단 이유는 사실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뭐 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긴한데 그래도 16화씩이나 봤잖아요..

저는 심재복 캐릭터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 매력이었습니다. 영리해요. 할 말은 바로바로 하고요. 보통 이런 상황에 놓인 여주인공들이 피해자가 되느라 덤으로 답답해지는 걸 고려해보면 사이다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회차가 진행될 수록 제가 이렇게 좋아했던 모습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캐붕이라고 하죠. 제가 생각한 심재복의 미래가 아니었어요.. 어느 순간 그녀는 홀로서기나 커리어에 별로 관심이 없어집니다. 왜냐면 당장 눈앞에 자신이 막아내야하는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인데요. 저는 이런 전개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흥미도가 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는 이은희라는 무리수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과거에 아동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은 그녀의 성격을 비뚤어지게 만들었죠. 아동학대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여러분.. 주변에 그런 사례가 있다면 재빨리 신고하세요! 그녀는 시종일관 소름끼칩니다.. 시종일관 소름끼치는 사람을 계속 보다보면 피곤하죠. 게다가 이 캐릭터의 실체를 너무 일찍 오픈했어요. 물론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도 했구요. 좀 잘 감춰두고 있다가 천천히 알려줬다면 좋았을텐데요.

소재가 흥미롭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심지어 초반의 몇 화까지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제 기억에 죽은 줄 알았던 정나미가 살아있다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만 해도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거든요. 그리고 별장지기라는 캐릭터의 등장까지도 흥미로웠구요. 

아. 그러고보면 정나미가 다시(?) 죽을 때부터 안봤군요 제가. 진짜 정나미 캐릭터를 너무 제대로 써먹지를 못했어요. 뿐만아니라, 신현준이 연기한 차경우와 빅스의 엔이 연기한 브라이언도 그렇습니다. 이미 등장한 캐릭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느낌에요.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뭐 어쨌거나 남들과 다른 정신 세계를 가진 여자의 한바탕 소동극으로 가기로 했다면 적어도 이들의 삶에서 이 사건을 더 치밀하게 구성해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차라리 그랬다면 제가 원하는 전개가 아니었더라도 완주는 했을텐데.. 뭔가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보고나니 <완벽한 아내>는 그렇게 잘 뽑은 타이틀은 아닌 것 같네요. 임성한 작가가 자주 드라마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을 뽑아 냈던 것처럼 순도 높은 무맥락도 아니고, 단순히 어설픈 네이밍이에요. 


<완벽한 아내> = 시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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