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생존자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정치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보았습니다. 

채널 A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인데 넷플릭스에서도 방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가 이 드라마에서는 대통령이 되어 미국을 통치합니다. 저는 사실 <24>시리즈는 시즌 4를 넘기지 못했어요. 열심히 달리던 중에 취업을 하게 돼서 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지옥 같은 야근.. 어쨌거나 기회가 되면 뒤를 이어 정주행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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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라마 <지정생존자>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지정생존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의 정부 제도입니다. 대통령의 교서 발표 시에는 정부 고위층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잖아요. 이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한 명의 각료를 모처에 대기시켜 보호합니다. 유사시에 그가 지휘권을 갖게되는 것이죠.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뉘앙스를 통해 보건데, 보통은 승계권이 낮은 사람이 선발되는 것 같습니다. 



키퍼 서덜랜드가 분한 '톰 커크먼'은 내각 관료입니다.(이하 커크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에요. 이 드라마의 가장 커다란 축이죠. 무려 미합중국의 장관 정도 되면 뭔가 엄청 대단해 보이는 데. 드라마에선 고위 관료들 중의 쩌리 정도로 묘사가 되네요. 유사시 대통령 승계권은 열 세번 째 입니다. 아마도 실제로 쩌리라기 보다는 대통령 승계권 우선 순위에서 멀다는 정도의 느낌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어쨌든 그는 도시기획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입니다. 어떤 계기로 장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줄거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의 연두교서(신년 연설) 당시 커크먼은 지정생존자로 지목되어 모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그는 코넬대학교의 짚업을 입은 채 연두교서가 빨리 끝나길 바라며 맥주를 먹고 있습니다. 후드에 끈 빠져 있는 거 보이시나요?ㅎ 저는 이런 디테일이 좋아요. 등장만으로 그의 성격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요. 과시욕이 없고 서민적인 이미지. 실제로 커크먼은 그런 사람입니다. 




일순간,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방영하던 모니터가 먹통이 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할 수도 없던 찰나, 그의 경호원이 들이닥치고. 창 밖으로, 국회의사당이 폭발합니다!! 저는 사실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조금 놀랐어요. 흥미진진하기도 했고요. 미국의 고위 정부 인사들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린 것이잖아요. 어쨌거나 이것은 대단한 비극입니다.



그가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그는 지정생존자 제도에 의해 대통령이 됩니다. 생각보다 몹시 간단한 과정이에요. 백악관에서 선서를 하는 것으로 그만입니다. 저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도망가지 싶은데.. 그 역시 저처럼 도망가고 싶어합니다. 그의 입장에서 이 모든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현실 세계와 상관없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언제나 드라마의 공식이고요. 현실에서만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죠.



그렇게 커크먼과 그의 아내 알렉스는 백악관에 입성합니다. 이 부부는 몹시 두려워하고 불안해합니다. 어안이 벙벙한 일이죠. 애초에 대통령 승계 순위도 한참 아래인 그였으니까요. 덕분에 주위에 남은 이들은 커크먼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반역의 기미도 보이고요. 국민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상상도 못했고, 신뢰도 전혀 없는 사람이 어느 순간 대통령이라고 나타났으니까요.



<지정생존자>의 또 다른 중요한 전개는, 누가.왜.어떻게. 그런 대형 테러를 무자비하게 자행했는지를 파헤치는 것입니다. 메기큐가 분한 해나 웰스가 그 전개의 중요한 핵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FBI 특수요원이에요. 대외적으로 미정부는 이 테러의 배후로 서아시아를 지목합니다. 실제로 서아시아의 테러단체로 부터 영상 메시지가 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의 해나 웰스는 그 이면에 다른 음모가 있음을 직감합니다. 하나씩 단서를 찾아 퍼즐을 맞추며 실제 배후에 접근해가죠. FBI에서 해임되면서까지 그녀는 뚝심있게 문제를 파고듭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테러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꽤 흥미진진한 정치드라마예요. 물론 초반에는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집니다. 최근화부터는 조금 지루하기까지 해요.. 아.. 안타까움. 어쨌거나 기본 설정이 흥미롭기 때문에 후반의 지루함은 참을만해요. 그 부분이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더 이야기의 힘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커크먼은 초반의 위태로움을 금방 극복합니다. 그 과정이 좀 애매하기도 해요. 왜냐면 어제까지는 난 대통령 자격이 없어, 난 이걸 해내지 못할거야..라고 말했던 사람이 막상 대통령직을 맡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거든요. 제게는 그 감정의 격차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느낌이 있어요. 이후에는 정치적 적군과 아군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많은 이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공격하고 방어를 하기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공석이었던 부통령 자리를 위임하자마자 부통령은 총격 사망 잼... 아무튼 이야기의 속도는 빠른 편이에요. (근데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지루함은 어쩌라는 것인지..ㅜㅜ) 

게다가 그는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늘 곤란을 겪어요. 미국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대통령감인지를 검증 받기위한 분투도 그려집니다. 근데 그게 또... 미국 국민들 관대하게도 LTE급 속도로 인정 ㅇㅇ. 물론 아직 완벽한 인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요.

어쨌거나 대부분의 정치드라마와 궤를 같이 합니다. 아. 제가 정치드라마를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네요. 확실한 것은, 설정을 빼고나면 사실은 조금 싱거운 면이 있는 드라마라는 거예요. 하지만 중반을 넘겨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만큼 성급하게 시청을 중단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힘내요 잭 바우먼. 아니 톰 커크먼! 

덧붙여, 비밀요원인 해나 웰스의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흐릿한 인상을 주더라고요. 쩝.


<지정생존자> = (아직은) 열혈 시청중!


이번 시즌이 완료되면 계속 시청하기로 결정한 제 선택이 옳았는지 어떤지에 대해 한 번 더 리뷰를 남겨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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