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일기


무얼하고 싶은 지 도통 알 수 없는 블로그를 만들어놓고, 매번 뭘 쓸지 고민한다. 블로그 생활이 처음도 아닌데 왜 이러시나 아마추어처럼. 블로그에 프로가 어디있겠는가. 나도 블로그에 광고를 달아놓았으니 가끔은 이거저거 해시태그도 해가면서 이른바 ‘영업글’을 쓴다. 구글 애드센스와 쿠팡 파트너스의 클릭율, 수익률 같은 걸 확인하지만 게시글 서른 개 남짓한 블로그에 성과가 있을리 만무하지.

일단은 일기를 쓰자.


- 월요일,

요즘 읽는 책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라는 책인데, 어쩌다 이 책을 주문했는지 모르겠다. 막상 책을 받으니 책이 얇고 내용도 생각보다는 술술 읽혀서 매일 퇴근 후에 조금씩 읽었더니 3일만에 완독했다.




무엇보다 책 내용이 지금의 나에게 딱 맞았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모두가 말하는 그 진리 아래, 돈을 많이 벌면 정말 행복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지 자꾸만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요즘의 나에게 마침맞게 내 손에 도착한 책이다. 책 리뷰는 귀찮지 않다면 언젠가 하겠다. 하지만 일단 추천을 먼저.


- 화요일

화요일은 외근이었다. 직원이 두 명 뿐인 이 조그맣고 조그만 회사에는 정말....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누구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하고, 네가 못하면 내가 해야한다. 진이 다 빠지는 오후를 경험하고 사무실에 복귀하니 해야할 일이 산 더미. 한 번 더 생각한다.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한가?’ - 알 수가 없다. 왜냐면 월급이 이 모양이니까! 돈이 많아보는 경험을 해본적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돈이 많아봐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간 답할 수 있기를.



아이폰 카메라 넘 좋다. 뭔가 너무 좋아. 사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암튼 뭘자꾸 찍게 된다.
퇴근 후에 #종로떡방 이라는 곳에서 시원한 수정과 한 잔. 동거인과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20분 앉아있다 나왔다. 우리는 요즘에 만나면 모든 이야기의 주제가 블랙홀처럼 ‘먹고사니즘’으로 빠진다.


- 수요일

으캬캬. 퇴근 후 돌아와보니 두 개의 물건이 도착. 하나는 경추베개? 암튼 메모리폼 베개다. 유투브에 디렉터파이가 베개 리뷰 올린 영상을 보고, 가격과 여러가지 면을 고려하여 주문. 후기는 일주일 써보고 올린다!

리브맘 3D 경추 ...





그리고 또 하나는 브런트 에어젯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기승해서 창문도 못열고 죽을 것 같은데, 방의 공기를 위해 한줄기 희망을 품고. 이놈이 그로케 물건이라는데 글쎄 어떨지!






- 목요일

아. #한주일기 쓰는거 몹시 고되구나.ㅋ 뭔가 출근해서 요일 새는 것마냥.. 왜 아직도 목요일이지? 하면서 동시에 일기에 성의가 없어짐..



점심은 #커피온리 에서 샌드위치랑 음료. 초콜릿과 딸기가 섞인 음료였는데.. 가격대비 맛있다. 달다. 딱 상상가능한 맛인데 뭔가 암 생각없이 한 번 빨았는데 달콤상큼하니 기분이 살짝 좋았다...가 샌드위치 먹고 기분이 다시 나빠진다. 누가 맛있다고 했는데 누구냐.



점심은 샌드위치 먹고 저녁은 햄버거 먹은 날.
햄버거가 너무 뭐랄까 모형처럼 나와서 찍어봄. #맥도날드 시그니처버거 나는 좋아한다. 그런데 언제나 감자튀김이 짠 것은 유감이다.. 그렇다고 안먹는 건 아니지만 감자튀김 먹을 때마다 이게 진짜 먹을만한건지 분명 너무 짠데 다들 잘만 먹고 있고, 내가 과민한건지.. 안풀리는 질문.




- 금요일

주말이 눈에 보이는 날. 딱히 주말 계획은 없지만. 협력업체..라고 쓰고 사실상 ‘갑’인 거래처 담당자가 자꾸 PC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엄청난 이모티콘들을 보내고, 거기에다 말투는 그래용/그래염/넨네/해주세용! 따위를 쓰는데 함께 일한지 10개월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않는다. 사실은, 솔직히.. 나도 똑같이 그렇게 쓰고 싶다... 귀여워보이지나여..
...안되나.





나 이 중국집 정말 좋아한다. 집앞에 있엇으면 한다 진짜. 대체로 음식들이 좀 단(?) 편인데, 그래도 괜찮을만큼 모든 것이 다 맛있다. 골고루 시키는 편인데 아직까지는 어떤 메뉴도 ‘꽝’이 나온 적이 없다. 여기 어딘지는 절대로 쓰지 않을거야.





내 동거인께서는 올리브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게이의 습성이거나 뭐 그런 것일까. 아냐아냐. 이런 거 노관심인 애들도 엄청 많음.
어쨌든 나도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오지고 지리는 편이지만 얘는 아예 그냥 지나치지를 않는다. 한 거리에 올리브영 매장이 세 개가 있었는데, 그걸 전부 다 들어가봄. 미쳤나 이게.. 어차피 가서 아까 봤던 거 또 보고. 결국 세 번째 매장에서는 사고야만다.
나는 유리아주 토너를 샀다. 아직 전에쓰던 바디샵 토너가 조금 남아있어서 개봉은 나중으로ㅎ 근데 씻고 나오면 기분 좋다. 빨리 쓰고 싶다 너어어어.



- 토요일

동거인은 주말에도 작업실에 나갔다. 프리랜서인 그는 일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일이 없어도 작업실에 나가서 뭐라도 한다. 아침 일찍 동거인 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렴풋이 진짜 저런 애들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스르륵 다시 잠들었다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쳐일어났다. 수치를 모르는 인간.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간소한 나의 밥상. 밥먹을 때는 무조건 넷플릭스다. 요즘 중국 다큐멘터리 #풍미원산지 라는 것을 보고 있는데, 짧고 명료하다. 그리고 뭔가 살짝 힐링되는 기분 대체 무엇이냐. 귀농 준비해야하나.



그대로 저녁까지 뒹굴거리다가...라고만 쓰면 자괴감이 너무 드니까, 책도 좀 보고 엣헴, 영화도 한 편 보고 그랬다 사실ㅎ ..음 뭔가 더 없어 보이네..
어쨌거나 동거인 귀가 시간에 맞춰서 나는 동네 고기집에 가서 동거인을 기다렸다. 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사실은 기다릴 수가 없어서/ 고기를 미리시켜서 혼자 먼저 구워먹었다. 흡사 바텐더인듯 직원분이 계속 말을 걸어주셨다... 삼겹살 미친듯이 먹고 싶었는데, 존맛탱.





후식은 베라. 나는 KT멤버십 VIP인데도 베라 할인 되는 걸 첨 알았네. 파인트만 되는 거지만 암튼 40%인가..? 엄청 많이 할인되더라.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KT멤버십 어플 켜고 어디어디 할인되는지 공부했다. 오 공항라운지 한동안 안됐었는데, 이번에 30% 할인 받는 게 몇 군데 생겼음!

산책이랄것도 없는 손바닥만한 동네지만 고기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니 부지런히 산책하고 귀가. 배는 부르고 동거인이랑 산책도 하고 아씨, 너무 행복해.








- 일요일

일요일엔 찍은 사진이 없네. 원래는 미술관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주말에는 알람을 안맞추고 잔다. 주말만은 알람 소리에 깨지 않고 싶다아... 사실은 약속이 없어서 알람을 안맞춘 거지만. 어쨌든 동거인도 나도 늦잠을 자버려서 미술관 못갔다. 자괴감 오진다. 왜냐면 지금 몇 주 째 일요일마다 이러고 있거든... 전시 다 끝나겠다..

대신 동거인이 집에 있는 재료로 알리오올리오를 해줬다. 역시 제일 맛있는 건 남이 해주는 밥이라더니. 행복 포인트 증가.

오후에는 합창 모임이 있어서 연습을 하고, 연습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한 주를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여느때와 다르게 뒷풀이를 횟집에서 한다고 할 때 도망 갔어야 했다. 회를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니까 어찌나 신나고 재미있던지. 말도 못해. 이렇게 마실거면 토요일에 마시지 왜 일요일에!



만취. 아직도 술자리는 끝나지 않았는데, 이미 취한 나는 더 놀고만 싶고, 가까스로 어찌어찌 택시 타고 자리를 떠나면서도 테이블에 남아있던 치킨 한 조각에 미련이 남고...

집에는 무사히 왔으나 머리가 아파서 잠이 안오고, 자꾸만 혼자말로 헛소리를 해서 계속 방에서 입틀막 시전하면서 나 자신을 타이르다 결국 또 다른 나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3의 나는 참치캔과 햇반을 돌려서 물김치를 먹고, 내일 출근을 걱정하는 또또다른 나는 어서 자야한다고 절규를 하는데 또또또다른 제6의 자아는 밥먹고 바로 자면 안되니까 유튜브를 보면서 소화를 좀 시키다 자야한다고 주장하며 유튜브를 틀어놓고는 느닷없이 제7의 나는 질문을 한다. 근데 너 씻었냐.

나 자신들과의 혼란한 싸움은 그렇게 계속되다 새벽 5시에 종료되고... 새로운 한 주는 지독한 숙취와 함께.

새롭게 시작된 월요일, 으아 어떻게 사는 게 행복일까. 왠지모를 기시감을 느끼며 출근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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