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보았습니다.

드라마는 총 13부작입니다. 시즌2가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한국어 제목


이 드라마는 제이 에셔의 <13 Reasons Why>라는 영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제를 떠올려보면 거의 새로운 이름이죠. 어쨌든 이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될 때 이미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거의 새로운 이름이긴하지만,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내용 (스포일러)


한 소녀가 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2주 쯤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그리고 여기엔 또 다른 한 소년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소년이죠. 이름은 클레이 젠슨. 리버티 하이라는 고등학교의 학생입니다. 네. 급식요정이십니다. 아버지는 인문학 박사예요.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늘 뭔가 읽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유명한 로펌의 변호사이고요. 이 정도 배경이면 이 마을에서 상류층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산층 가정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이 드라마에서 부모의 역할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지배하는 것은 어쨌거나 아이들입니다. 


클레이는 어느 날, 발신인 불명의 소포를 받습니다.



이게 집 앞에 그냥 놓여있던 것인지, 배달원이 배달한 것인지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클레이는 소포를 열어보고요.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내용물은 카세트 테이프예요. 이 테이프와 함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테이프는 바로 앞서 자살한 소녀가 죽기 전에 녹음해둔 음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이프 속에서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소녀는 자기가 왜 죽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자살한 소녀의 이름은 해나 베이커입니다. 앞서 설명되었다시피 이 매력적인 소녀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없습니다. 클레이는 이 해나라는 이름의 소녀가 녹음해둔 테이프를 들으며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하나씩 되짚어 나가게 됩니다.


아래의 감상 내용은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요. (결말 내용)


일단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의 두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클레이와 해나 두 캐릭터의 케미가 좋아요. 드라마가 시작했을때 이미 해나는 죽고 없기 때문에 둘의 케미는 과거에만 존재합니다만. 그럼에도 해나가 자기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그 사건을 따라 (이미 늦었지만) 뒤를 쫒는 클레이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에요. 


이 드라마에는 이 두 캐릭터 이외에도 중요한 캐릭터들이 12명 더 등장합니다. 그들 모두는 해나에게 자살의 동기를 제공하는 캐릭터들이에요. 몸이 다 자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정글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사소한 불친절 혹은 놀림이나 무시와 같은 부정적인 행동들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어느 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죽음의 이유가 되기도 하죠. 때로는 호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해나가 죽게된 13가지 이유를 다 이야기 할 수는 없겠고요. 드라마에 나오는 한 가지 사건을 언급하자면, 음. 해나는 남학생들이 돌려보는 리스트에 이름이 적히게 돼요. 정확히는 교내 최고의 엉덩이에 뽑힙니다. 사실 뽑혔다고 하기도 애매하죠. 남학생 하나가 자신의 경험만으로 임의 작성한 리스트니까요. (게다가 진심으로 작성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사소한 리스트도 충분한 위력을 갖습니다. 




저는 여기에 해나가 '여자'라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자 아이들은 최고의 엉덩이를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해나는 그렇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그 리스트가 돌기 시작할 무렵 모든 아이들은 해나의 엉덩이만을 봅니다. 그건 어쩌면 한 여자아이가 같은 학교 '친구'의 위치에서 '성적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는 순간이죠. 또 다른 남학생이 가세하고, 친구가 돌아서고, 같은 여학생이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어느덧 모두가 의도치 않은 공모자들이 되는 거예요. 어느 순간 해나는 성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클래스 슬럿이 되고맙니다. 공식적인 난잡함의 대명사 같은 거요. 


해나를 좋아했던 클레이는 해나의 테이프를 들으며 몹시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게 분노를 느껴요.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클레이의 돌발행동에 위협을 느끼는 친구들, 그러니까 해나가 자신의 죽음의 동기로 언급한 친구들은 죄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걸 은폐하기 위해 클레이를 막으려하고요. 하지만 클레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요? 




드라마를 보면 모든 캐릭터가 빠짐없이.. 발암 유발 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해나와 드라마의 히로인인 클레이 조차도요. 심지어 이 둘이 제일 심합니다.... 뭐 하지만 그런 행동이나 태도가 설득력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이해할 수 있어요.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은 해나의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 있습니다. 학교가 자기 딸의 자살을 감지하고 예방에 소홀했다는 것으로 학교를 고소하죠. 그리고 학교에서 고용한 상대측 로펌 변호사는 불행히도 클레이의 어머니입니다. 해나의 부모는 학교 내에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고, 클레이의 어머니는 그것을 은폐하거나 반론해야하죠.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떤 도움도 안됩니다. 뭐 어찌어찌 하여 결국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 모든 아이들이 소환당해 증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딱 절반의 진실만을 증언합니다.




이 드라마는 충분히 불편한 지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학생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불편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해나가 죽음을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어쩌면 단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죽음 이후 찾아온 해나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흥미롭게 잘 그려냈어요. 미스테리적인 요소도 조금은 있고요. 클레이는 무모하고 답답하지만 끈기있고 예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캐릭터죠. 주인공이 될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어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완주!









  






'드라마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 머리 앤  (3) 2017.05.24
배드맘스  (0) 2017.05.09
완벽한 아내  (1) 2017.05.05
아버지가 이상해  (0) 2017.05.05
지정생존자  (0) 2017.05.04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