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8/센스8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센스8/센세이트 시즌2를 보았습니다. 사실 본 지 꽤 오래되었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감상을 남깁니다.

일단 진입장벽이 꽤 높은 드라마로 알려져있습니다. 첫 시즌에는 절반 이상의 에피소드가 좀 지루해요. 실제로 센스8의 세계관도 복잡한 데다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로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볼만한 드라마가 되어갑니다. 아마 후반부에 도달하지 못한채 이탈한 시청자들도 꽤 많을 거예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진입 장벽은 캐릭터들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수많은 성적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수가 아니기에 이들이 대거 주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는(퀴어영화를 제외하고) 거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가장 유의미한 점은 적극적으로 소수자들을 등장시킨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계몽적이지 않죠. 그리고 그들을 성애적으로 묘사합니다. 이 부분이 최대의 진입장벽이기도 하지만 성소수자가 어떻게 성애적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짝짝짝.

주인공이 8명이나 되고, 이들을 돕는 중요한 조력자나 각자의 갈등 관계들을 포함하면 얼굴을 익혀야하는 주요 등장인물들만 스무명이 넘습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비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 구조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기 쉽죠.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독특한 소재입니다. 이들의 정신은 서로 연결되어있어 서로가 있는 곳에 방문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빙의(?)를 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이나 기분, 신체 상태까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여덟 명의 주인공들은 세계 각지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서로 소통하며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죠. 으음.. 이런 설정이기 때문에, 이들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성적 흥분이나 상태 역시 공유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의 연출이 자주 등장하고 그게 꽤나 충격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네요. 일단 시각적으로는 그룹(...)으로 묘사되니까요... 어쨌든 그런 부분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 진행에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워쇼스키 자매의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이런 장면들이 단순히 자극을 주기 위해서만 쓰인 것은 아닐 거예요. 이런 성적인 장면들은 질문이자 동시에 대답에 가깝죠.





성소수자들이 등장하거나 동성애 관계가 등장하는 미드는 충분히 많습니다. 그런 종류의 드라마는 그 퀴어함에 주력하죠. 그것 또한 좋은 전략이긴합니다만 센스8의 경우에는 그 퀴어함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극 전반에 걸쳐 던져 놓음으로써 이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합니다. 인종과 성별까지 포함해 메이저 드라마 중에서는 '다양성 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무모한 설계가 좋아요. 물론 어느 정도 타협은 했겠지만, 트렌스젠더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대중 드라마는 처음 보는 것 같거든요. 게다가 그들의 이슈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몹시 의미있었죠. 리코의 커밍아웃 갈등이라던지, 트랜스젠더 이슈라던지 너무 현실적입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그런 사소한(?) 일들이 아니라는 것, 혹은 아닌척 하는 것이 매력이네요.

이 드라마가 주인공들에게 제공한 미션은 각자의 상황을 돌파하는 동시에 센세이트들을 향한 더 커다란 배후의 음모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할 일이 좀 많죠. 게다가 주인공들 각자가 하나의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는 능력캐라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일을 헤쳐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이고요. 우리의 두나 배님도 고군분투합니다. 사실 몸은 갇혀있는데 몸 쓰는 건 제일 많이 하는 캐릭터예요. 시즌1에서는 거의 먼치킨 수준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격투 능력을 윌과 나눠가지면서 조금 타협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드라마 내에서 할 일이 많은 것에 비해 주인공들이 내적 갈등에 빠져 소비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진행 면에서 조금 답답합니다. 시즌2에서는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군요. 그들은 이제 각성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한 팀이 되어, 적들을 소탕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까지가 시즌2의 주요 줄거리인데..

주인공들 각성시켜놓고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를 끝내버립니다. 드라마 제작 단가가 너무 높은 탓이겠죠. 계속해서 등장해야하는 로케이션만해도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다섯 개의 대륙입니다. 오세아니아를 뺀 모든 대륙이 다 나오니까요. 어쨌거나 드라마 팬들의 잇따른 항의에 스페셜 에피소드 형식으로 마무리 할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아요. 스페셜 에피소드라면 최소 세 편 정도는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는데요..(일해라 넷플릭스) 여러가지로 유의미한 드라마로 평가합니다. 이제 막 재미있어 지는데 제작 상황에서 아쉬움이 큰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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