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공중파 드라마 <귓속말>을 보았습니다. 장르물 드라마 세 개를 거의 동시에 보았더니 머리가 뒤죽박죽 되었습니다. 다음 드라마는 좀 가벼운 거 봐야겠어요. 요즘엔 <쌈, 마이웨이>를 일단 보고 있습니다. 데헷ㅋㅋ 드라마가 끝나는 건 넘 아쉽지만 언제나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아 <귓속말> 감상문 적고 있었죠 참.


아아 줄거리 줄거리.


무고한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든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어쩌죠.


<귓속말>은 <펀치>, <황금의 제국>을 집필했던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황금의 제국>을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드라마 <귓속말>의 이야기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토대는 복수라는 감정입니다. 주인공인 신영주는 열혈형사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인 이동준은 청렴하고 강직한 판사이고요. 신영주의 아버지는 방산 업체의 비리를 취재하던 기자입니다. 그는 비리를 파헤치던 중에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되고 재판을 받게 돼요. 그 사건의 담당 판사는 이동준이라는 젊은 판사입니다. 이동준은 사실에 기초한 판결을 내리려고 하지만 이미 설계된 시나리오에 의해 그도 덫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무고한 신영주의 아버지에게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이에 빡친(!) 신영주는 그 모두에게 복수를 시작하죠. 신분을 세탁한 채로 국내 최대의 로펌 '태백'에 위장 취업해 등장할 때가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작가가 드라마 초반에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해야 재미있는지 너무 잘 알고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배테랑 작가란 이런 것인가요.ㅎ


첫 회 부터 나름 쫄깃한 긴장감을 주는 드라마입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연인이 내일의 원수가 되고요.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는 한 팀이 끝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등을 지거나 일시적 동맹이 되거나 합니다. 이 드라마는 정치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주요 인물로는 로펌 '태백'의 외동딸이자 글로벌 팀장인 최수연과 '태백'의 변호사이자 동시에 방산업체인 '보국산업' 회장의 외아들(!)인 강정일이 등장합니다. 뿐만아니라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인물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다 쓰면 너무나 귀찮을 것만 같아서 생략(...) 어쨌든 이 최수연과 강정일은 연인이고 법무법인 '태백'의 실세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주인공인 신영주와 이동준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들로 소비됩니다.

어쨌든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짜여진 설계에 의해 이동준은 최수연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국내 굴지 로펌의 사위가 되는 것이죠. 남자판 신데렐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신영주가 없었다면 그는 그런대로 잘 살았을 거예요. 평생 자신의 양심과 충돌하면서 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판에 신영주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난입하면서 균열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경유착과 내부의 비리들이 함께 드러나고요.


결말 및 감상으로 바로 넘어갑시다. 

(스포일러 투성이예요. 드라마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읽지마세요.)


어쨌든 신영주는 나름의 복수를 해냅니다. 사실 신영주의 아버지가 죽였다고 누명을 쓴 살인 사건의 진범은 강정일입니다. 그것을 공모한 것은 최수연이고요. 스포일러는 아니에요. 초반부터 오픈 된 패이고 이런 설정을 기본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신영주가 태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동준이 자신의 판결이 부정 청탁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뜻 이 둘은 동맹을 맺고 함께 싸우기 힘들어보여요. 하지만 이동준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로 다짐하고 죗값을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둘은 단단한 동맹 관계가 됩니다. 그러다 썸을 타고.. 그러다 연애를 하고.. 뭐 그렇게 돼죠. 사실 이 구도가 좀 빈약하긴 해요. 왜냐면 신영주라는 인물의 정의구현 욕구와 이동준이라는 인물의 양심에 너무 많은 걸 기대고 있거든요. 그래서 둘이 연애를 시작하는데 갈등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좀 더 하드한 원수와의 사랑을 원했었나봅니다.  ㅎ 둘이 너무 빨리 마음을 열어서 김샜어요. 사실.ㅎ 

그리고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결국 다들 죗값을 치르게 됩니다. 신영주는 사랑하는 이동준을 구속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죠. 그러면서 슬퍼하는 데 감정이 잘 와닿지는 않아요. 복잡하긴 하겠죠. 근데 아버지 일도 있고 신영주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을 잘 모르겠어요.

강정일의 결말도 좀 아쉽긴 해요. 실제로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죄가 아니라 이동준을 향한 살인교사죄로만 처벌을 받습니다. 최수연도 구속되고요. 그리고 이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형량을 채우면 다시 사회로 나오겠죠. 그리고 그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계속해서 나쁜짓을 하게 될 겁니다. 아마도요. 연인이었던 강정일과 최수연은 이제 교도소를 나오면 2라운드를 시작하겠죠. 그 내용으로 시즌2를 보고싶네요. 어쨌거나 세상에 완벽한 정의 구현이 존재하긴 할까요. 이 드라마의 최고 판타지는 경찰청장을 구속시킨 겁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시원하긴 했지만 현실에서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동시에 씁쓸하기도 해요.

신영주는 어쨌든 경찰 조직을 떠나고 변호사 시험을 봅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변호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동준은 형량을 마치고 출소 하고요. 둘은 이제 행쇼.


- 강정일과 이동준이 최수연에게 경쟁하듯 '수연아'를 남발합니다. 근데 이게 꽤 뭐랄까 심쿵해요. 심약한 저라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이 드라마에서 최수연이 그려지는 방식을 함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약간 아쉬운 인물이에요. 그래도 강정일 엿먹이는 몇 번은 좋았습니다.

- 이동준과 강정일이 함께 등장할 때 서로에게 겨누는 분노 에너지가 만나서 엄청난 케미스트리가 됩니다(...) 취존인 부분... 제가 신영주와 이동준에게 원했던 케미가 이런 거였는데. 이런 무드에서 사랑이 꽃 피면 얼마나 치열하겠습니까. 이동준과 강정일이 그걸 대신 해주네요.

- 극 초반부에 신영주의 연인인 형사 박현수 역으로 배우 이현진이 등장합니다. 정말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반가운데 분량이 지못.. 아쉽습니다.


아. 이 드라마에서 제일 안습 인물 또 뽑아볼까요.


바로 이분.. 이름을 모르겠어요. 짠한 맘에 움짤로 올려드립니다. 신영주가 '이형사'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단역이라 분량도 아쉽지만, 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늘 밥먹다가 신영주에 의해 불려나가는 역할..입니다. 매번 그래요. 이 드라마가 개그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밥한끼 제대로 드시면 좋겠네요. 대한민국 형사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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