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드라마 세편이 동시에 종영을 했습니다.


<터널>, <귓속말>, <추리의 여왕> 세 드라마 모두 재미있게 보았고 아마도 일주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종영을 해서 감상을 적으려고 해요. 좀 컴팩트하게. / 

집에서 드라마를 워낙 많이 보니까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감상이라도 적어보자 싶어 시작한 블로그인데 그게 이렇게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캡쳐도 안하고 그냥 감상만 적어보려고합니다. 어차피 이 블로그는 그냥 드라마 일기장 같은 것이기도 하고 한 번 본 드라마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위 세 드라마 모두 후반 즈음까지는 거의 본방 사수 수준으로 보았는데, 막판에 바빠서 조금 미뤄두고 있다가 몰아서 봤네요. 

이 드라마들은 결이 모두 달라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가 있다면 모두 범죄와 관련있는 장르물이라는 점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네요. 일단은 OCN 드라마 <터널>부터 감상문을 적어보자!


<터널>

범인을 쫒아 30년 뒤로 타임슬립?!

이 드라마는 OCN에서 편성한 범죄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영화를 주로 틀어주던 채널이라서 그런지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이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사실 최근의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렇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는 기본 장르인 범죄 스릴러에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했어요. 주인공인 형사 박광호는 1980년대에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화양경찰서 소속 형사입니다. 그러던 중 그는 한 터널에서 범인과 조우를 하게되고 그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정신을 차려 터널을 빠져 나오고 보니 30년 뒤의 미래 세계로 타임슬립을 하게되었더라..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형사 박광호가 30년 전에 조사하던 연쇄 살인 사건은 결국 30년 뒤인 2016년에도 미결로 남아있는 상태인데요. 박광호는 자신이 미래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해결되지 않았던 30년 전 사건의 범인을 계속해서 조사해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2016년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체를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어지고요. 2016년으로 넘어온 박광호는 현재의 화양경찰서 소속인 형사 김선재와 수사 고문인 대학교수 신재이를 만나게 됩니다. 스마트한 형사인 김선재는 어린 시절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인해 엄마를 잃었습니다. 그에게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찾아야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 심리학을 연구하는 신재이는 어린 시절 영국으로 입양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이렇게 세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네요.


여기 까지가 대략적인 전개이고 결말을 포함한 자잘한 감상들을 이어서 이야기 하자면, 

(스포일러 투성이예요. 드라마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읽지마세요.)

<터널>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표면화 되고, 범인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재미를 더해 가는 드라마예요. 박광호 형사가 2016년으로 건너와 만나게 된 김선재는 알고보니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살인 사건 피해자의 아들이었고.. 신재이 교수는 심지어 있는 지도 몰랐던 딸입니다.. 그리고 김선재와 신재이는 썸을 타죠. 박광호는 그걸 보면서 노발대발합니다. (네가 감히 내 딸을 넘봐!?) 근데 그게 그럴 수 있나 싶기도 해요. 왜냐하면 박광호의 시간을 축으로 볼때, 갑자기 서른도 넘은, 자기보다 나이도 많은 여자가 자기 딸인 것을 알게된 것이잖아요. 기본적으로는 몹시 낯설 것 같은데. 으흠. 일단 딸이라고 선언이 되고 난 후에는 갑자기 그 정도의 부성이 폭발하는 것일까요? 신재이(신재이는 입양되면서 지어진 이름이고 본명은 박연호입니다)도 그래요. 자기보다 어린 남자가 아빠라는 걸 알았다고해서 저렇게 눈물 폭발하는 걸까요. 저는 그냥 계속 어색하고 어버버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저는 겪어본 적이 없는 감정이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박광호가 30년 전에서 현재로 타임슬립 했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입니다. 알게 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인물이 나는 사실 과거에서 왔다고 고백하면 그게 그렇게 쉽게 믿어질까요. 물론 드라마 진행상 그 부분에 시간을 더 쓸수는 없었겠지만, 그 사실을 믿게할 증거 자체가 너무나 빈약하기도 하고요. 어쩌면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은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 아 그렇다 치고 일단 범인부터 잡자는 심정으로 믿어준 걸지도 모르겠어요 ㅎ. 그리고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은 알고보니 둘이었고, 진범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알고보니 주변 인물이더라..하는 이야깁니다. 진범도 잡고 과거로도 잘 돌아가고, 과거에서 박광호는 어린 김선재와 어린 박연호를 만나며 결국은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보이면서 끝납니다. 근데 이러면 왠지 선재와 연호는 자라면서 현실 남매처럼 클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과거로 돌아갔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2016년에 진범을 잡긴 했지만, 과거는 그렇지 않잖아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았지만요. 박광호는 어쨌든 과거로 돌아가 범인을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죠. 그럼 2016년에 있었던 사건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고.. 우리가 16화 동안 열심히 시청한 범인 잡기는 결국 꿈처럼 실재하지 않은 사건이 되겠죠. 이것은 한낱 신기루..

명색이 타임슬립 물인데 그 부분에 대한 각본이 조금 빈약해서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총 네 번의 타임슬립을 경험하게 되는데 타임슬립을 작용하게 하는 요인이 일단 뭐 설명이 너무 대충이라.. '그냥 그렇다 치자.'로 우리 모두 합의를 봐야합니다. 네 그냥 그렇다 칩시다. 그래도 적어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를 바꾸고 미래가 그 영향을 받고.. 이런 부분이 좀더 설득력이 있고, 짜임새를 갖추었다면 좋았을텐데요! 


이 드라마에서 제일 안습인 역할은 영원한 막내 전성식 형사입니다. 



2016년에 박광호가 과거에서 왔다는 사실을 제일 처음 눈치챈 인물이기도 하고요. 박광호의 정체를 알자마자 바로.. 막내 모드.. 게다가 박광호는 30년의 시차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현실 감각이 별로 없어요. 옆에서 케어해주고 보살펴주고, 심지어 지갑에서 막 돈도 꺼내가는 데 뭐라고 하지도 못합니다.


아. 드라마마다 제일 안습 캐릭터를 뽑아보면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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