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맘스



넷플릭스에서 <배드 맘스>를 보았습니다.

그냥 리스트에 있길래 본건데, 세상에 밀라쿠니스가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예쁜 엄마라니.

미국에서는 작년에 개봉했었고 반응도 꽤 좋았나봅니다. 개봉 한 주 만에 제작비를 다 뽑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바로 넷플릭스로 직행했네요.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봐서 그런지 영화라기보다는 단편 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때, 영화 리뷰는 포스팅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에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잖아요. 게다가 영화 리뷰까지 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쉬어가는 느낌으로 보게된 <배드 맘스>입니다. 감상도 가볍게 써볼까해요.


이 영화는 제가 본 몇몇 하이틴 영화를 떠올리게 해요. 특히 2004년도에 개봉했던 <Mean Girls>가 그렇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에게 도전하는 내용이죠.ㅎ 이 영화에서는 밀라쿠니스가 맡은 에이미가 굴러온 돌 역할입니다.


줄거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어요.


에이미는 몇 퍼센트 부족한 엄마예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적어도 본인은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합니다. 아이들 학교에 바래다주고, 직장에 출근하면 늘 지각이고요. 퇴근 후에는 아이들을 다시 차에 태워 데려오고, 돌아오는 길에는 장을 보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남편은 정확히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남편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에이미가 좌충우돌하는 엄마로서 겪게 되는 이야기예요.

이야기는 대체로 가볍고 유쾌한 한 엄마의 방황담입니다. 주인공인 에이미가 시원시원해서 좋더라고요. 그녀의 상황은 대체로 좋지 않아요. 남편은 불륜을 저지릅니다. 정도야 어떻든 상대를 기만한 것은 분명하죠. 애들은 통제가 안되고, 직장 일은 골치 아프고요. 이런 상황들이 겹치고 에이미는 에라 모르겠다, 나쁜 엄마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근데 그게 어디 나쁜 엄마입니까. 애초에 짜여진 역할이 공정하지 않았던 것이죠. 양육에서는 아이가 중심이고, 부부생활에서는 남편의 욕구가 우선합니다. 사실 21세기라고 되었어도 달라진 게 많지 않아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지금이 여자들에게 '더' 좋은 시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에이미의 일탈(?)이 저에게는 짜릿했습니다. 

이야기에 재미를 더 해주는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웬돌린이라는 캐릭터예요. 이게 하이틴 무비였다면 학교 제일의 퀸카로 나왔을 역할이죠. 하지만 여기서는 학부모회장입니다. 학교 행정의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사람이에요. 부자고요. 애초에 요트가 4대에 전용기까지 가지고 있는 재력의 소유자가 왜 이런 학교에 애를 보내는지 모르겠지만요. 심지어 영화에는 애가 등장하지도 않아요. 

그 밖에도 키키, 칼라 같은 조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에요. 자녀들의 변화하는 모습이나, 돌싱인 섹시한 핫 대디도 보는 즐거움을 더하겠죠. 하지만 이런 주변 요소들의 비중이 별로 크지 않네요. 영화이다보니 어쩔 수 없지만 좀 아쉽긴 하더라고요. 거의 에이미 혼자 독주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초반의 이야기 구조가 비뚤어질테다, 하고 각성하는 에이미의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학부모 회장인 그웬돌린의 폭정(?)에 열받은 에이미가 학부모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에이미는 결국 학부모 회장이 되고요.

남편과는 이혼을 하지만, 결국 아이들까지 내팽겨칠 수는 없죠. 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당연한 결말이지만 아이들은 더 독립적이 되었고, 에이미는 앞으로 자신의 삶에 더욱 충실해하며 살겠죠. 새로 찾아온 사랑은 덤이고요. 어쨌거나 그녀가 남은 삶도 행복하게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별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밀라쿠니스는 <블랙 스완>때부터 매력있게 보아온 배우라서 더 집중해서 본 것 같아요. 그녀의 연기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볍고 쾌활한 그녀는 비타민 같습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버전의 자막이 재미를 더하고요. 기본적으로 코미디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대사가 많아요. 가끔 정키 푸드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연출이나 각본은 사실 평범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한 없이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가족 또한 하나의 인간 관계이기 때문에 아무 노력없이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어요. 소중한 가족을 가지고 계시다면 누군가의 남편이든 자녀이든 그 관계를 위해 노력을 해야겠죠. 엄마에게만 그 역할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요. 부끄럽지만 저만 생각해도 그래요. 저 같은 애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 정신이 아찔하거든요.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엄마가 존경스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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